K 형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두어 달 뒤에 마을로 돌아와 히카와-형님께 말씀드린 그 하이얀 여자 말입니다-와 식을 올릴 예정이라,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조용히 유학 생활을 하던 도중에 왠 소리냐고 물으신다면, 뭐라 할 말이 없군요. 사실은.. 그게.. 계획에도 없는 2세를 덜컥 가지게 되어서 말입니다. 분명 내 자식이 틀림없다고 그녀가 말했던 만큼.. 제가 그녀를 책임지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물론, 백 선생은 걱정 마시지요. 사전에 이야기를 다 마치었습니다. 급한 소식이라 급행으로 편지를 부치었는데.. 얼마 가지도 않아 바로 답장이 왔거든요. 그 겉멋만 잔뜩 든 늙은이가 화내는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나를 제대로 키워 주지도 않았으면서 도리가 어쩌고, 정이 어쩌고 하면서 칭얼거리는 모습은 징그럽기 그지없습니다. 멍청하긴. 나를 미운 오리 새끼마냥 대했으면서 바라는 건 어찌나 또 많은지! 그러다 적어도 거기서 유학 생활을 계속하라며 주제도 모르고 빌어대기까지 하길래, 한 번 된통 혼나보라고.. 그 늙은이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불시에 바닷골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아마 오후 2시 즈음에 항구에서 내릴 수 있을 것 같으니, 형님께서는 부디 홀로 오셔서 우리를 맞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식장과 그 후는 내 돈으로 준비해 놓은 것이 있으니 걱정 마시고요. 그러니 부디 몸조리 잘 하시고, 얼마 가지 않아 열릴 결혼식에서... 우리, 그러니까.. 명 광염과 히카와의 앞날을 축복해주신담 여한이 없겠습니다.
-부디 잘 지내시기를. M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