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 선생님. 아버지께서 할아버지 몰래 보내고 오라고 해서 이것도 같이 넣었어요. 근데, 내 생각에는. 할아버지가 아버지 편지는 뺏어서 내 편지만 갈 것 같아요. 우리 할아버지는 왜 이러실까요? 아빠는 좋은 사람이고, 할아버지도 착한 사람인데. 둘이 만나면 매일 싸우기만 해요. 밥 먹을 때면 아무 말도 안 하고요, 둘 다 첼로 연주도 안 해요. 나는 할아버지랑 아버지 첼로 좋은데. 아. 그러고 보니까. 나 할아버지랑 아버지 싸우는 거 본 적 있어요. 잠 안 와서 같이 자려고 안방 갔는데, 서로 시끄럽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새 작품이 어쩌고, 신참성이 어쩌고 하면서 서로 소리를 지르다가요. 갑자기 내 이름이 나오는 거에요. 할아버지가 나보고 손자라고 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친자라고 하는 건 또 뭐에요? 진짜 이상하다. 나 학교에서도 그 소리 들었거든요. 과학 시간이었는데요, 아버지가 AB형이고, 어머니가 O형이라고 하니까 반 친구들이 막 웃었어요. 나보고 주워 온 자식이래요. 너무 부끄러웠어요. 왜 다들 나한테 그랬던 걸까요? 아무튼. 이제 글 쓸 공간 없으니까 그만 쓸게요. 장난감 사 줘서 고마워요. 나중에 병원에 한 번 들를게요, 선생님.
-사랑을 담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