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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bestr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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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사랑하고 애정하는 잘로몬 페른하이트에게! 아아, 마이크 테스트... 으음. 되는 건가. 아무튼… 흠흠. 안녕, 잘로몬! 아니, 힐다 아빠라고 해야 하나. 이게 도착할 때 즈음에는 난 아마 집에 돌아가 있겠지. 병실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랜만에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 대신 녹음 파일을 보내는 거거든. 그동안 말도 못 하고 켁켁거리며 기침만 했잖아. 근데, 이거 알아? 나 이제 말 할 수 있다! 기침도 별로 안 나. 걷는 건 물론이고, 뛰어다닐 수도 있어. 게다가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는데, 나 이제 퇴원해도 된대. 이렇게 나아진 건 기적이라나, 뭐라나! 이번 달 퇴원이라고 그러셔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싸고 있었어. 원래라면 하루만에 끝나야 하는 일인데, 힐다도 일하러 가고… 도와주는 사람도..
빅토리아. 이제 이 항해도 다 끝나가고 있어.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지. 배신자가 있다는 소리도 들어 보고, 해적한테 잡히기도 하고, 배전반에 튀겨질 뻔 하기도 하고... 분명 배를 탄 건 일주일 정도인데 어째 일 년은 지난 것 같아. 힘든 나날들이었지.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 비키. 난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해. 부러진 곳은커녕 아픈 곳도 없어. 이 임무가 끝나면 네게 멀쩡하게 돌아갈 거야. 그동안 기다린다고 고생 많았어. 내가 느헤미야를 떠난 지 벌써 15년이 지났지? 언젠간 돌아올 거라고 말만 했지, 그동안 어째 한 번도 널 보러 가지 않았네. 그런 날 계속 기다려 줘서 너무나도 고마워. 이런 내가 너 같은 사람을 만난 건 정말이지... (고민한 흔적 여러 개.) ...행운이야! 기적이기도 하고. 왜..
사랑하는 빅토리아 네레우스, 그리고 아직 어린 힐다 페른하이트에게. 오늘은 내가 배를 탄 지 딱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을 지나쳐 왔고, 수많은 사람들을 보내 왔습니다. 이 유서가 보여질 일이 없었으면 싶으나, 저도 언제 그들을 따라갈지 몰라 이 글을 씁니다. 만약 이 유서를 어떠한 이유로 얻었다면 느헤미야325 기지의 우체국으로 보내주세요. 뒷면에 제 주소를 적어 놓았으니 거기까지는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아내와 어린 딸의 행운을 빌어주세요. 먼저 사랑하는 빅토리아 네레우스에게. 아픈 당신을 혼자 남기고 가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나를 용서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이 모든 건 나의 잘못이니까요. 이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무리해서 나선 나의 탓입니다. 감히 주제도 모른 채 당신과 함께할 미래를 꿈..
친애하는 빅토리아 네레우스에게. 나는 늘 그렇듯 주점에서 시간을 때웁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구제불능한 술꾼인 까닭은 아닙니다. 단지, 술집의 쿱쿱한 공기와 뜨뜻한 사람들의 열기가 당신과 내가 있던 작디작은 단칸방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입니다. 나는 그 안에서 주정뱅이들과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고, 적은 안주를 나누어 씹으며 시간을 때우다가 문득 당신이 떠오르면 조용히 짐을 챙겨 밖으로 걸어나옵니다. 한참을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 서늘한 공기에 취기가 가실 때 쯤이면 아무데나 걸터앉아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지요. 경기장의 조명이 꺼지고 드문드문 불빛이 보일 때가 되면 배웠던 것들을 하나 둘 되새기며 당신을 추억하곤 합니다. 늘 나누었던 철학적인 이야기와 종종 속삭여 주곤 했던 사랑한다는 말과 내 손가락을 꼬옥 쥐었던 작은 주먹..
그 무엇보다 애정하는 비키에게. 안녕, 비키. 몸 상태는 좀 어때? 계속 나아지고 있으면 정말 좋겠다. 밥은 잘 먹고 있지? 병원에서 삼시세끼 나오는 흰 생선죽이 아무리 맛없다고 해도 무작정 거르면 안 돼. 정 못 먹겠다면 병원비 내고 남은 돈으로 따뜻한 대구탕이라도 사 먹어. 목 아플 때는 그게 최고라고 네가 늘 그랬잖아. 간호사나 의사한테 말하면 금방 사다 줄 거야. 걔네는 그러라고 거기 있는 거잖아. 혹시 걔네가 말 안 들을 것 같다고 걱정하진 마. 넌 아픈 사람이잖아. 맛있는 거 먹고 푹 쉬어야 빨리 낫지. (웃는 얼굴 그림.) 나는 오늘 수송 임무를 다녀왔어. 당연히 다치지는 않았지! 내가 몇 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아무렴. 중간에 스파인링이 나타나긴 했지만 잘 쫓아냈어. 게다가 용접도 엄청나게 잘 해냈고. 이 정도면 보..
사랑하는 비키에게. 안녕. 오랜만에 육지를 밟은 김에 이렇게 답장을 보내. 네가 쓴 편지는 잘 받았어.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니 다행이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벌써 말도 띄엄띄엄 하고 숨도 혼자 쉴 수 있을 정도로 나아지다니. 꿈을 꾸는 것만 같네. 기적이라는 건 정말 존재하는 걸까. 너무 기쁘다. 빨리 네 병이 나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나도 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아무튼 본론으로 넘어가서. 사랑하는 비키. 날 너무 고생시키는 거 아니냐고 했지? 난 괜찮아. 걱정 말래도.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지금은 머피 179라는 곳에 와 있는데, 우리가 살던 느헤미야에 비하면 공기도 좋고 시설도 좋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가게가 여러 개 있기도 해. 경기장이라던가, 카지노라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