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경을 보았습니다. 아니. 들었다는 것이 맞겠지요. 형님은 의사니까 알고 계실 겁니다. 목 부근에서 펄떡거리는 그 활기찬 리듬이. 큰북처럼 울려퍼지는 생명의 박자가. 지휘하듯 흔들리는 손과 무엇에 심취한 듯 부릅뜬 눈을! 그 하나도 빠짐없이 내 모든 것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아. 그렇게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음서도… 발버둥치며 지르는 소리는 성악과도 다름이 없고. 어떻게든 힘을 주어 저항하는 행동은 마치 도돌이표와 쉼표처럼 느껴져 오지요. 거기다, 그 모든 것들이 더 이상 내게 오지 않을 때 즈음…뚜욱뚜욱 흘러넘치는 것들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율이 되어.. 내 악보 위에 그려졌습니다. 장담컨대, 내가 이것을 낼 수 있다면 -당연히, 그녀의 허락 하에서- 다시 음악가 광염이 되어서는.. 백을 뛰어넘을 것이 분명할 터인데. 이럴 때만은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아. 물론,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녕 잘못한 것이 나뿐일까요? 내 사랑을 건드리고, 나의 그녀를 빼앗아가려 한 그들의 잘못이 아닐련지요? 아아. K 형님. 그러니 부디 나를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필히 그들도 내 손끝에서 불꽃처럼 춤추는 것을 영광스레 여길 것입니다.
-황홀감에 취해. 광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