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Звезда

거꾸로 바라본다면- 마찬가지로 옥중서.

우리 귀여운 카테리나. 어머니란다. 유서를 비서실장 쪽으로 보냈는데, 혹시 몰라 내 집무실에도 하나 둔단다. 내 말은 잘 듣고 있었니? 우리 카테리나는 똑똑하니까, 잘 듣고 있었을 거라고 믿어. 바깥에 마음대로 나가지는 않았지? 네 순수함은 잘 간직하고 있었지? 내 회사를 물려받을 준비는 되었니? 이고르, 그이가 네게 모든 걸 가르쳤다고 하는데... 제대로 했을련지는 모르겠네. 알잖니. 내가 사람 제대로 못 믿는 거. 그렇게 화내지는 말아주렴, 우리 아가. 내가 너를 이렇게 입히고, 먹이고, 키워 주지 않았니. 밖의 것들이 널 건드리지 못하도록 보호해 주기도 하고! 카테리나, 네 순수함은 너무나도 소중하단다. 법도, 윤리도, 규범도 모두 벗어던진 채로 날아갈 정도의 순수함. 범인들을 심판하고 이끌기에 너무나도 알맞아. 나는 너 같은 아이를 후계자로 삼게 되어서 너무 기쁘단다. 걱정되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야. 넌 최고의 작품이란다, 카테리나!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비록 이 병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지만, 네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아픔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단다. 그만큼 넌 내게 있어 소중한 존재였던 거야.

 

카테리나, 부디 명심하렴. 이 세상은 너무나도 험하단다. 잃을 게 없는 자들도 많고, 질투에 눈이 멀어 널 끌어내리려는 사람들도 있어. 사람들이 넘쳐나는 거리에는 온갖 인간말종들이 가득하고, 개미 한 마리 없을 것 같은 외진 길에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위험이 깃들어 있지. 비범인인 너라면 견뎌낼 수 있겠지만, 범인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하단다. 네가 비서실장과 다녔던 그 칙칙한 골목과 다른 곳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네 상상과 달리 세상은 낙원이 아니란다, 불쌍한 우리 딸! 그럼에도, 네 순수함을 잃지 말아주렴. 이 썩어빠진 세상에는 그게 필요해. 너와 같은 새로운 기준이! 카테리나, 사랑하는 우리 딸. 네 기준대로 범인들을 처단하고, 네 기준대로 선과 악을 규정하고 행하려무나. 그이와 함께 외출하면서 여러 번 연습해 봤지? 망설이지 말고 도끼를 들고 내려찍는 거야. 할 수 있어. 이제 너는 어른이니까, 도끼 말고 다른 것들도 쓸 수 있어. 돈이라던가, 지위라던가, 하는 거 말이야. 넌 그래야만 하는 인간이야. 나는 네가 처음으로 그 일을 행했을 때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단다. 그 녀석들을 그렇게 만든 이유는 분명, 네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었겠지? 그 기준을 위해서라면 친족도 거리낌 없이 처단하는 그 모습!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어. 내가 드디어 이 세상을 이끌 비범인을 키워내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다 나더구나! 카테리나, 그 때의 경험을 잊지 마렴. 나중에 물려받게 될 회장직에서도 그 마음을 잊지 말고 모든 것에 임해. 넌 그럴 자격이 있는 비범인이야. 우리들을 이끌, 자랑스러운 영웅 말이야!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할게. 널 이렇게 순수한 어른으로 길러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 이제 저택에서의 삶은 어디론가로 던져두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무나. 저택에서의 20년은 그것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 그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많은 기대와 진심을 담아, 어머니 카테리나 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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