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Звезда

음성 녹음 001

안녕, 네가 이 편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우리에게는 그걸 다 말할 만큼의 시간이 없었지 뭐니. 그래서 이렇게나마 녹음을 하고 있어. 내가 죽은 후에도 네가 살아있다면 아마 작은 카테리나에게서 이 녹음기를 받았겠지? 그 아이가 뭐라고 물어보던 간에 이 내용은 알려주지 마렴. 우리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는 거야. 아무튼. 이제 다음 버튼을 눌러도 돼. 다 들은 다음에는 부숴서 어디론가 던져버리고. 나를 너무나도 애정하는 너라면 이 명령을 무조건 들어줄 거라고 믿어.

 

자, 본론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속여서 미안해. 네게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도, 카챠를 강제로 떠맡게 한 것도, 가면을 쓰게 한 것도 미안해. 약지가 아닌 검지에 반지를 끼운 것도 미안해.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네가 영원히 날 떠날 것 같았는걸! 이 눈밭에 날 홀로 두고 도망칠 것 같았어. 난 네가 그러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싫어. 나는 네가 너무 좋았단 말야. 그래서 널 옆에 영원히 묶어두고 싶었어. 날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도록. 의아한 표정인 건 알아. 난 너를 너무 잘 알거든. 넌 날 제대로 모르지만... 내가 죽기 직전까지 네 얼굴을 보고 싶어했다면 믿을 수 있겠니? 사실 난 네가 내 손을 잡고 울어줄 때 너무 기뻤어. 네가 나를 아직까지 애정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정말… (쿨럭. 심한 기침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말을 끊는다.)...좋았어. 그 무엇보다도. 너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난 네가 너무 마음에 들어. 너를 처음으로 봤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넌 내가 본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거든. 북극성이 떨어진 것처럼 빛나는 파란색 두 눈과, 보름달이 녹아내린 듯한 황금색 머리칼. 듣기 좋게 낮은 목소리와 굳세고 강한 몸까지… 넌 내 것으로 꼭 만들어야만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선대 회장을 내 눈 앞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처단했을 때는 너무나도 기뻐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지. 내가 지시한 죄인들을 남김없이 단죄했을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솟아오르지 뭐니. 넌 정의로운 사람이야. 나를 도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정의로운 사람! 넌 특별해. 그 무엇보다도. 그러니 내가 널 어떻게 놓아줄 수 있겠어?

 

근데, 이를 어쩐담. 이제 나한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날이 갈수록 점점 죽어간다는 게 느껴져. 마지막만큼은 네가 곁에 있었으면 했는데. 그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었다고 괜히 후회가 될 정도야. 답지 않게... 네 사형을 미룬 만큼 나도 끝까지 살아보려 했지만...(굉장히 심한 기침소리. 각혈이라도 한 걸까. 잠시 무언가를 닦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이제 한계인 것 같네. 녹음기도 다 끝나가고. 아직 할 말이 많은데... 어쩔 수 없지. 자, 마지막 명령이야. 평생 나만을 기억해. 내가 남긴 것들을 돌보고, 그럴 때마다 나를 떠올려. 난 항상 너를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너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니. 내가 아니었으면 넌 지금쯤 시종들의 장난감으로 살다가 비참하게 죽어버렸을 거야! 너처럼 추하고, 흉하고, 천하기까지 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나 말고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니까! 네게는 이 명령을 거역할 권리가 없어. 그래야 할 이유도 없겠지. 자, 내 유언은 여기서 끝이야. 언젠가 때가 된다면 나를 보러 와, 사랑하는 미카. 언제든지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녹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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