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씨, 감옥에서의 생활은 좀 어떤가요? 늘 편지와 사식을 보내고는 있지만 직접 얼굴을 볼 수 없으니 걱정이 되네요. 지난달처럼 면회를 간다고 한들, 이야기도 제대로 못 나누고 오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나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엄청 많은데, 뭐라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겨 버리잖아요. 마음에 안 들어요. 저택에 같이 있을 때에는 잠들기 전까지 이야기를 해 줬잖아요. 노래도 불러 주고, 별자리 이야기도 해 주고, 어머니에 대해서도 말해 주셨죠. 어째 어머니보다 당신에게서 어머니랑 회사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은 것 같아요. 뭐, 나는 당신 손에 자랐으니까 당연한 걸까요.
있죠, 이건 혹시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요, 설마 전부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죠? 면회 갈 때마다 몰골이 말이 아니잖아요.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목소리도 다 쉬어 있었고요. 이유는 모르겠는데요,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눈물도 막 흐르고, 무기력해져서... 이상해요. 어머니께서 남기신 편지를 읽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단 말이에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이길래 나한테 이러는 거에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아요. 들려주고 싶은 말도 너무 많고요, 해야 할 잔소리도 엄청 쌓여 있어요. 그런데 한 달 뒤면 사형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나는 아직 못 배운 게 너무 많단 말이에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요? 꽃은 언제 피고 눈은 언제 내리나요? 아직 별들이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듣지 못했어요.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도 모르고, 무엇이 기쁘고 슬픈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어요. 결국, 저는 몸만 큰 채로다가... 어른이 되어버렸군요. 우스워라. 나는 아직도 이 눈밭 말고는 혼자서 밟아본 땅이 없는데. 그래도요, 슬퍼하지는 말아주세요. 저는 당신 덕분에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덕분에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들을 수 있었어요. 안전하게 밖을 나다닐 수 있었고, 편하게 잠에 들 수 있었어요. 말했었나요? 당신은 제게 아버지와 다름없는 분이었다고. 아플 때 옆에 있어준 것도, 걷는 법부터 다른 복잡한 것들을 가르쳐 준 것도, 밤마다 노래를 부르며 날 재워준 것도... 모두 당신이었잖아요. 나는 아직도 당신이 제 생일에 가져다 준 아라비아의 별이 기억이 나요. 어깨에 잔뜩 눈을 묻힌 채로 제게 그 꽃을 가져다주셨잖아요. 밖에 그렇게나 눈폭풍이 몰아치는데... 어머니의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해서 한 말이라는 걸 듣고,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세요? 비록 지금은 전부 시들어 버렸지만요, 그 꽃은 제게 있어 어머니께서 주신 양산보다 더욱 값진 보물이었어요. 얼마를 주어도 바꾸지 않을 만큼...
아무튼, 우울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고르, 당신을 꺼낼 방법을 찾았어요. 저택으로까지 소문이 퍼졌는데요, 죄인들을 구제해서 새 삶을 살게 해 주는 곳이 있대요. 그 곳에서 잘만 한다면 우리의 죄는 지워질 수 있을 거에요. 당신도 밖으로 나올 수 있을 테고. 당연히 거기는 어머니께서 절대 가지 말라고 한 곳이지만... 괜찮아요. 저는 할 수 있을 거에요. 겨우 카드 몇 장 돌리고, 룰렛이나 숫자 가지고 장난치는 곳 아니던가요. 그런 곳에서 설마 죽기야 하겠어요? 니콜라이의 딸이? 그럴 리 없죠! 당당히 그 곳에서 나온 다음에 당신을 만나러 갈게요. 그 때가 되면 꼭 대답해주셔야 해요. 약속.
- 사랑을 담아, 카테리나 올림 -
p.s. 맞다, 나중에 노래도 꼭 불러 주셔야 해요. 당신이랑 어머니가 부르는 자장가가 없으니까 잠에 못 들겠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