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狂炎燒娜陀

No. 6

K 형님. 이상합니다. 황홀경이, 황홀경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아요. 그, 생명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아. 아무리 광염 같은 불꽃을 질러 대고, 온갖 방향으로 노력하여도 그것이 보이지 않아요. 아아, 형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제 A가 내 손끝에서 스러졌어요. 그런데. 작품 따위 나오지 않았어요. 허접하고 예술성 없는. 그런 음만이 악보 위에서 넘어질 뿐이었어요. 아아, 형님. 당신께 다 털어놓겠습니다. 백 선생이, 내게 가까운 이인 만큼. 내게 소위 '정서적'인 충격을 주는 이인 만큼. 내게 영감을 준다고 조언하길래. 그 아이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하였어요. 형님. 나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내 모든 것인걸요. 그 아이를 보고 있자면, 친자식도 아닌 그 아이를 보고 있자면. 그녀가 떠올라요. 나를 다정하게 품고 나를 쉬게 해 주었던 그녀가. 그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머리칼이 -색은 완전히 다름에도- 흔들리는 것 같고, 그 아이가 내게 속삭일 때면 그녀가 내게 말했던 '너에게는' 이 떠올라. 할 수 없이 '나밖에 없다.' 가 무의식적으로 나와요. 그래서, 그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게는 백이 말하는 지고의 예술보다는. 그 아이가. 아내가. 나의 히카와가 중요하기에.. 그녀가 내게 보여준 사랑에 한껏 목말라 있기에.. 어쩔 수,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나를 용서해주세요. 나를 이해해주세요.. 그녀가 내게 했던 것처럼..

 

-命廣染 보냄.-

'狂炎燒娜陀'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 7 1/2  (0) 2023.05.13
No. 7  (0) 2023.05.13
No. 5  (0) 2023.05.13
No. 4  (0) 2023.05.13
No. 3  (0) 2023.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