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경. 그 단어가 아니라면 절대 담을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그녀가 죽었음에도. 나는 그 곳에 앉아서.. 무언가에 홀린 듯 연주를 계속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광경은 너무나도 황홀해서.. 마치, 한 번 본 것 만으로도 눈 앞에 어른거리고. 눈도, 귀도, 머리도 모두 녹아내려 흐물흐물한 것으로 바뀔 것만 같은 그 광경은. 너무나도 황홀해서.. 감히. 나의 첼로로는 담아낼 수 없을 정도였지요. 아아.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 황홀경은 내 머릿속에서 휘몰아쳐만 갑니다. 대들보가 무너지며 나는 소리는, 마음까지 찢어발기는 큰 북의 소리요, 와장창 줄지어 추락하는 기둥의 소리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팀파니의 소리입니다. 문이 끼이익거리며 제 마음대로 열리는 소리는 주선율에 화음을 맞추는 알토요, 메조소프라노고. 쨍그랑 하며 깨지는 유리의 소리는 마치. 이 모든 것의 종언을 알리는- 일종의 심벌즈 같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아이가 불렀던. 나의 아름다운 히카와가 남긴. 그 주선율인데, 나를 원망하듯 웅얼대는 말소리와 피가 터질 듯 질러져 오는 그 비명은.. 마치, 내가 알아왔던 것들을 싸그리 부정하는 것만 같아서.. 뭉게뭉게 올라오는 연기에도, 막혀 오는 숨에도.. 그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그 황홀을 최대한 모방하기 위해.. 내 오선지 위에 재가 내려앉을 때까지. 그 모든 것을 연주하였습니다. 예에. 그렇습니다. 그 아이는 죽지 않았어요. 히카와와 마찬가지로. 나의 악보 위에서, 명 성현도, 히카와 호시하루라는 이름이 아닌.. 支鈺變狀圖가 되어.. 내 곁에. 영원한 황홀감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나 대신의 수감 생활은 좀 어떠십니까? M 올림.-
p.s. 백 선생을 왜 그 곳에 밀어넣었냐고는 묻지 마시지요. 그것만큼 내 인생에 있어 멍청한 짓은 없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