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추한 우리 한구석에서 잠든 아가씨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 양들 곁에서,
아가씨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더 소중하고 순결한 나의 양이 되어, 내 보호 아래 편안히 잠들어 있다는 생각이
나를 아주 뿌듯하게 했습니다. 하늘이 그처럼 아득하고, 별들이 그처럼 맑게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알퐁스 도데, 별 中-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까. 그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는 무능하고, 나태하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겨우 인간 따위에게 맡길 정도라면 더 이상 그의 무능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러므로, 저 자는 완전히 미쳐 있음에 틀림이 없다. 고행과 시련이라니. 참으로 보잘것없는 짓이다.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하여도 우리를 바라볼 자는 없다. 아무리 힘들고 고된 길을 걸어도 그 길을 응원해 줄 자는 없다. 신은 그것을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단지 자신의 창조물을 무의미하게 괴롭히고 방치할 뿐. 그런 면에서 그는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여겼다. 자신을 바라봐 주는 이는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녀는 제 고통을 덜어 주고 고된 길로 넘어가지 않게 인도하여 준다.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것을 행하기까지 한다. 전지전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무능하지는 않다. 근면하지는 않지만 나태하지도 않다. 카테리나 즈베즈다 회장. 그녀는 신이 아니지만,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신과 다름없는 이였다. 늘 자신이 할 일을 지시하여 주었고, 늘 자신을 바라보며 갈 길을 비추어 주었지. 그리고, 그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해하고 자신 역시 해하려던 때에, 그가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구원해 준 것 역시 그녀가 아니었던가.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벙어리 신이 아니라!
그는 손을 치켜들었다. 대답 대신 눈 앞에 있는 자의 멱을 그러쥐고 힘껏 바닥으로 내동댕이쳤지. 카테리나에 관한 것이 저것한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저 역겨운 광신이 그녀를 더럽혀서는 안 된다. 저것은 미쳤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믿고 그것이 내린 것이라며 스스로 사도를 참칭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맹세를 하고 그것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인간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한 채 허상에 기대 감히 구원을 바란다. 무언가를 섬긴다는 자가 두려움을 가지고 행하여야 하는 것을 행하지 않으며 행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대신 행한다. 제멋대로 악을 규정하고 악한 짓을 행한다. 멍청하고 무쓸모한 짓이다. 카테리나. 당신이 저것을 본다면 무어라고 했을까. 분명 못 볼 걸 보았다는 것마냥 그 아름다운 얼굴을 구길 테야. 내 손에 도끼를 들려주며 저 불쌍한 죄인을 신의 곁으로 보내라고 명령할지도 몰라. 저것에게 있어서 유일한 구원은 죽음일지도 모르겠다면서 덧붙이기도 하겠지. 그러면, 나는 늘 그랬듯이 저 죄인을 단죄하고... 그녀에게 돌아가 그 미소짓는 얼굴을 감상할 거야. 손에 피를 묻혔다는 죄책감과 두려움은 모두 저택 밖의 눈밭에 묻어놓은 채, 그 밀밭처럼 빛나는 금발과 별처럼 빛나는 벽안을 한껏 눈에 담겠지. 그리고 함께 별을 보며 그것의 죄를 비웃을 거야. 불쌍한 광신도 같으니라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목줄이 채이다니. 차라리 내 옆에 있는 저 사람처럼 인간을 섬기는 편이 훨 나았을 터인데.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그는 땅에 넘어진 저 사람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숙여 그의 모습을 제 푸르고 쨍한 눈동자에 담고 그리 이야기했다. 그 잘난 신에게 한 번 구원을 빌어보라- 하고.
"자. 이제 당신의 신이 나설 시간입니다. 그에게 빌어보세요. 그 잘난 태양에게 살려달라고 구걸해 보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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