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Звезда

장미꽃과,

난 당신과 추던 마지막 춤을 기억합니다. 당신의 느려져 가는 심장에 맞추어 추던 그 춤을. 내 발은 당신을 대신하여 땅을 두드렸고, 잠시 허공을 휘젓기도 했다가, 가볍게 당신과 함께 내려앉곤 했지요. 따뜻한 나의 손과 차디찬 당신의 손은 맞잡아진 채 잠시 온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신의 감은 눈이 내 얼굴을 향할 때면 전 조용히 당신에게 시선을 주었고, 하나뿐인 심장 소리가 들릴 때면 전 당신에게 제 어깨를 내어 주었지요. 그럴 때면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처럼 보드라운, 하지만 생명의 온기는 전혀 남지 않은 채 식어가는 스산한 당신의 머리칼이 제 뺨에 닿으며 곱게 흘러내렸습니다. 당신의 머리가 내게 닿을 때면 난 그 무엇보다도 행복에 겨운 얼굴로다가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았지요. 당신의 얼어가는 뺨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추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당신의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였지요. 아무래도, 난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모양입니다.

 

난 네가 나와 추던 마지막 춤을 기억해. 음악소리와도 같은 네 발소리에 맞추어 추던 아름다운 춤을. 내 발은 공중에 잠시 뜨기도 하고, 땅에 질질 끌렸다가, 가볍게 바닥에 내려앉기도 했어. 차가운 내 손과 따뜻한 네 손은 맞잡아진 채 잠시 온기를 나누었지. 네 시선이 내 시린 목덜미를 훑고 지나가면 난 조용히 목을 뒤로 꺾었고, 하나뿐인 심장 소리만이 들릴 때면 난 네 어깨에 힘없이 머리를 기댔어. 그럴 때면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처럼 보드라운 머리칼. 과부의 베일처럼 스산하지만 아름다운 그 머리칼이 네 어깨를 곱게 쓸며 스르르 떨어졌지. 내 머리가 네게 닿으면, 넌 그 무엇보다도 밝게 웃으며 날 바라보았어. 내 얼어가는 뺨에 입을 맞추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내 귓가에 속삭였어. 그 무엇보다 애정하는 미카. 너는 아직까지 진정으로 날 사랑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모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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